수제비 기원
수제비는 지금과 달리 조선시대에는 복날에 몸 보신을 위해 먹었던 귀한 음식이었다. 조선시대 밀가루는 왕에게만 올렸던 귀한 재료였다. 그래서 조선시대 밀가루를 귀한 가루라는 뜻의 '진가루'라 불렀다. 그래서 밀가루 대신 다른 곡물가루로 만든 수제비와 비슷한 음식이 있었다. 곡물가루로 만든 수제비는 조선시대 이전에도 먹었던 음식으로 추정한다.
조선시대 수제비
★ 메밀가루 수제비
조선시대에는 밀가루보다 비교적 구하기 쉬웠던 메밀가루가 있는데 메밀가루에 물을 부어 풀 쑤듯 묽게 반죽한 후 먹었다.
제주도 지역에서 옛날 방식의 수제비가 아직도 남아 있다. 조베기라고 부르는데 수제비의 제주도 방언으로 제주도 식 수제비는 밀가루와 메밀가루를 섞어 반죽하고 있다.
★ 영롱발어
조선시대 영롱발어라고 해서 양반가에서 먹던 고기를 넣어 만든 수제비가 있다. 되직한 곡물가루 반죽에 잘게 썬 소고기나 양고기를 버무려 영롱한 빛이 날 때까지 익혀 장으로 맛을 내었다는 음식이다. '발어'라는 말은 물고기가 헴엄치듯 뒤엉킨다는 뜻으로 물이 끓으면 수제비가 물속에서 물고기처럼 둥둥 떠다니는 모습을 보고 마치 물고기가 노니는 것 같아 음식이름을 이렇게 표현했다.
★ 상실운두병
수제비를 '운두병' 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도 한다. 양반가에서 주로 먹던 상실운두병이 있다. 도토리를 '상실'라고 부르는데 박죽 모양이 구름을 닮아 붙여진 이름이 '운두병'이다. 도투리가루를 되직하게 반죽하여 다진 소고기, 파, 간장, 참기름, 계핏가루를 넣어 만든 수제비이다.
이렇게 귀했던 수제비가 지금은 가난했을 때 먹던 음식으로 인식되고 있다. 밀가루로 만든 수제비를 흔히 먹게 된 건 한국 전쟁 이후 미군에게 구호 물품으로 받은 값싼 밀가루를 이용해 가장 쉽게 해먹을 수 있었던 음식이 수제비였다.
★ 밀가루 수제비
멸치 육수도 내어 먹기 힘들던 시절이라 끓는 물에 된장, 고추장을 풀어 밀가루 반죽을 떼어 수제비를 만들어 먹었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수제비는 옛날에 가난했을 때 먹었던 음식으로 인식되어 있다.
수제비 이름 어원은 ?
중국어 표준발음을 정리한 책 <사성통해> 에 '슈져비' 라는 한글 표기가 등장한다. 손 수+ 접을 접= 수접 '접어서 내는 것' 이라고 해서 접속사 '이' 를 붙여 수접 이가 '수제비' 가 됐다는 견해가 있다.
다른 이론은 사발에 담은 질척한 반죽을 숟가락으로 떼어내 수제비를 만든다고 해서 숟가락으로 던져 놓은 음식이란 뜻의 수+제비라는 추론도 있다. 수제비 어원에 대한 명쾌한 해답은 아직 불분명한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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